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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더이상 명절에 오지 않는 아들

by recru 202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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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0세다. 인생의 많은 순간들을 지나왔고, 그 중에서도 명절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간이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따뜻한 밥상 앞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순간들은 내 삶의 기둥 같은 것들이었다.

아들은 늘 명절이면 집으로 왔고, 그의 존재는 내게 커다란 위안이었다.

 

그런데 이번 명절은 달랐다. 아들은 오지 않았다. 전화 한 통이 전부였다. 그는 회사 일이 바빠서 못 온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후, 다른 경로로 알게 되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내가 알게 될까 봐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차츰 현실을 깨닫자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 동안 집 안에는 나 혼자였다. 텅 빈 식탁, 소리 없는 거실, 어디에도 아들의 웃음소리는 없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흘러나왔지만, 그 어떤 장면도 내 외로움을 덜어주지 못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아들의 삶에서 점점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 결혼 전까지 그는 언제나 내 곁을 지켰다. 명절이면 함께 음식을 준비했고, 소파에 앉아 오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그의 우선순위는 더 이상 내가 아닌, 그의 아내와 그들의 삶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아들은 나를 속였다. 솔직하게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를 붙잡지도, 원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깊이 찔렀다. 이제부터 나는 명절마다 아들을 보지 못하는 걸까. 나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지는 걸까.

 

창밖을 바라본다. 어둠이 내려앉고, 저 멀리 이웃집에서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들이 유독 서글프게 느껴진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나도 한때 부모를 떠나왔고, 이제는 아들이 나를 떠나려 한다. 인생이란 결국 이렇게 반복되는 것일까.

 

아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할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무언가 사라져버린 듯한 공허함이 남을 것이다. 이것이 노년의 시작일까.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이, 명절이 더 이상 명절이 아닌 것이, 그렇게 점점 외로움 속에서 익숙해지는 것이 말이다.

나는 창밖을 향해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이제부터 나의 명절은 어떤 모습이 될까.

그가 다시 올까. 아니면, 영원히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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