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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가 60세가 됐을때의 일기

by recru 2025.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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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내게도 아이를 가져야 할까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었고, 나는 아이 없는 삶을 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평생을 바쳐 헌신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 끝엔 고독이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나이 들면 얼마나 외롭겠어?" "누가 당신을 돌봐주겠어?"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나는 꽤 만족스럽게 살아왔다. 가족을 부양할 책임도, 명절마다 자식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가끔은 외롭다.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감정이다. 혼자 차를 마시고, 텅 빈 집에 혼자 누워 있을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았더라면 지금 이 순간 덜 외로웠을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젓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식이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명절이 되어도 연락 한 통 없는 부모들, 재산 문제로 다투는 형제들, 요양원에서 잊혀지는 노인들. 자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외로움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실망이 기다릴 수도 있었다.

 

나는 홀로 살아가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가끔은 낯선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도 한다. 오래된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길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바람을 맞는다. 아이가 없는 인생이니 가능한 일들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왔다.' 부모로서의 역할이 아닌, 온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아이를 키우며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홀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자식이 상팔자라 했던가. 어쩌면 그것은 외로움 속에서도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이들의 축복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2번째 일기 

 

나는 60세다.

비혼으로 살아온 내 인생이 때때로 묻는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젊은 날에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확신에 찼다. 자유로웠고, 내 삶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씩 생각한다.

그 선택이 정말로 최선이었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고요한 집이 나를 반긴다.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하지만, 가끔은 이 적막함이 무겁게 느껴진다.

젊었을 때는 혼자가 주는 자유로움이 좋았지만, 이제는 때때로 이 고독이 너무 깊이 스며든다.

 

문득 창밖을 보면,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가 보인다. 나도 누군가와 함께 늙어갈 수도 있었을까?

 

하지만 또 곧 마음을 고쳐먹는다. 내 삶은 나만의 것이었고, 남편이나 자식이 있어도 외로움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들 중엔 결혼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들이 꼭 덜 외로운 것은 아니었다.

 

자식들과 멀어진 이들, 배우자와 갈등을 겪는 이들,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들. 결혼이란 것이 반드시 외로움을 피하는 길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자유롭다. 원하는 곳에 가고, 원하는 것을 하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가끔은 외롭지만, 그 외로움마저도 내 것이기에 견딜 수 있다. 내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질 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그때도 지금처럼 담담할 수 있을까.

비혼주의자로서 살아온 60년. 나는 내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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